17. 12. 12.

LABYRINTH - [자료실]


어떻게든 걸을 수 있는 공간들을 따라서 계속 안으로, 안으로 걸어가자 드디어 희미하게나마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암흑속이라는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했는지 처음 빛을 발견했을 때는 무심코 뛰쳐나갈뻔 했다. 끓어오르는 희열을 삭히며 이전과 다를바 없이 천천히 걸어나갔다. 어쩌면 뭔가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설령 안전하다 하더라도 갑자기 환한 빛을 보면 눈이 다칠지도 몰랐다.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빛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도착한 곳은 지금까지 있었던 실험실처럼 세련된 느낌이 조금도 없는 옛시절의 자료실 같은 곳이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아 폐쇄된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 걸까? 어쨌든 왜 여기있는지는 고사하고 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런 자료실은 반가운 오산이었다. 실험을 한다면 최대한 사전 정보에 오염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아마도 상정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나를 가둔 사람에게 한방 먹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여러 자료들이 있었다. 어떤 것을 먼저 볼까?
 


스토리 텔러: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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