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2. 12.

LABYRINTH - [이질감]



문 너머는 굉장히 어두운 복도뿐이었다. 옅은 빛만이 발을 헛딛지 않게 도와줄 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걷고 있자 저편에서 문이 보였다. 초록색 문이 맞았는지 이 길이 옳은 것인지, 이 문을 나가도 괜찮은 건지. 여전히 의문과 불안으로 가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상황을 헤쳐나 갈 수 없기 때문에 문을 열어 젖혔다.
방금 전 내가 눈을 떴던 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이었다. 이곳 또한 굉장히 새하얗고 텅 비어있었으며, 문이 있었다. 단지, 방금 전 그 통로와 그 이전의 방과 달리 굉장히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이곳만은 다른 세계인 양. 감시 받지 않고 실험장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 그렇다고 해서 평온하거나 일상적인 느낌이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없이 이질적인 느낌만 들었을 뿐.
 




이번에 있는 문은 두 개였다. 백색으로 반짝이는 문과 흑철색으로 광택을 머금은 문. 다만, 흑철색 문은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완전히 망가져 있어서 들어갈 수 없어 보였다. 실질적으로 흰색 문 일택 이지만, 어쩐지 모르게 이 공간의 이질적인 느낌이 선택을 망설이게 했다.
 
스토리 텔러: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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