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2. 3.

LABYRINTH - [붉은 방]

 
(문이 닫혔다. 되돌아갈 수 없다.)

문을 열고 나가자 먼저 보이는 건 붉은 색 이었다. 생김새 자체는 이전방과 비슷했지만 녹색으로 가득 차 있었던 전 방과는 다르게 이번 방은 방 안이 붉었다. 붉은 것이 조금 익숙해지자 정면에 있는 문이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식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은은한 붉은 색이 아니라 새빨간 색으로 가득 차있는 탓에 눈이 아프고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들어온 뒤부터 느껴지는 것이었지만, 묘하게 안심이 되었던 전 방과 다르게 이번 방은 묘한 쇠 냄새와 함께 굉장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조사는 꼼꼼히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었지만 이 방만큼은 오래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완전히 안 할 수는 없으니 일단 한번 둘러는 봐야겠다.
 
벽에 손을 대고선 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번에도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고 특별한 감촉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조사해볼 수 도 있었지만 이곳에 더 있었다간 미칠 것 같아 곧바로 다음 방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방으로 가는 문 앞에 섰을 때 무언가 묘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기계 장치가 움직이는 것 같은 인공적인 소리였다. 붉은 색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긴 하지만 잠시 정도라면 참을 수 있었다. 기다리다보면 무언가 일어날지도 몰랐다. 반복된 비슷한 장소에서 무언가 일어난다는 건 좋든싫든 뭔가 새로운 정보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반면 아까부터 묘하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감과 이 장소에 대한 짜증이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고 호소했다. 어떻게 할까?
 
(이곳에 잠시 머무른다.)                                                                                       (다음 방으로 간다.)


스토리텔러 김진혁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