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2. 3.

LABYRINTH - [파열, C#0]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겼다.)

"... 응?"

몸을 움츠리며 뒤를 돌아봤으나, 평소와 같은 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이 잠긴 것도 처음은 아니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다.

그렇게 의미도 없고 왜 하는 건지도 모를, 요상한 자기 위로를 하면서, 나는 발을 옮겼다.

고오오오, 하는 공기의 낮은 울음소리가 가장 먼저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붉은 문 너머로 발을 들여놨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동이 있었다. 나름 긴장을 했던 내가 한심스러워질 정도로 썰렁했고, 나름 기대를 했던 내가 표정을 굳힐 정도로 황량했다.

“… 여기는?”

나는 중얼거렸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확실했다. 나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우욱!”

같은 공간. 그리고 그 너머의 같은 공간.

그리고,

낯선데도 익숙한 이 감각.

깨질 것 같은 머리.

왜일까. 고작 그것뿐인데, 참을 수 없을 만큼 역겨웠다. 머리가 어지럽다. 온몸이 쑤시는 듯한 불쾌감이 엄습해왔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의 편린들이, 마치 와장창 부서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뇌 속을 쑤셔대는 것 같았다.

“살려, 나가… 여기서…!”

나가야 한다. 지금 여기서. 살고 싶으면. 당장.

누군가 그렇게 외쳐대는 것 같았다. 척수를 타고 신체 말단까지 흐르는 모든 사고의 흐름이 생생히 느껴진다. 발을 움직이고, 손을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뭐?"

줄곧 같은 말을 내뱉기 시작하는 천장이 말해줬다. 내 빌어먹을 직감이 적중했음을.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쾅!         쾅!

벽이, 양쪽에서 좁아지기 시작했다. 앗 하는 사이였다. 나는 순식간에 좁아진 벽 틈바구니에 끼었다. 마구잡이로 소용돌이치던 사념들이 일순 하나로 통일되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으아아아악!”

경고, 폐기… 실험체… 무미건조한 천상의 목소리가, 물이 차오르는 고막을 울린다. 정신이 모두  점점 사그라든다. 아득해진다.
갈비뼈가 으득, 으득, 부서져 나갔다. 숨이 막혀온다.
온통,
서커멓게 시야가 칠해진다. 아득해지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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