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2. 12.

LABYRINTH - [끝과 시작 / 그녀의 수기. 4]


(이전 장으로 돌아간다)


"... 후우."
나는 실험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잠시 가만히, 내가 써 넣은 태블릿을 내려다 봤다.

이번 실험체에 관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실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것이 이번 회차 그의 전부이자, 그의 짧은 인생이다. 태블릿 한 켠이면 전부 들어찰 정도의, 짧은 인생.
이제 그는 폐기될 것이다.

홀로그램의 화상을 통해, 나는 잠시 실험체가 사라진 폐기실의 문을 쳐다봤다.


         청,

현기증          이

이는
 느
낌이    다.

과연, 과거에 저지른 자기 잘못 때문에.

아무런 기억도 없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현재의 실험체인 그가 지옥을 겪는 지금 상황을.
나는,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가정하에?
그런 기록과 기억에 의존해서?
그러니까.
대체 그 기억이라는 게.
뭐냐니까?
"하아."
몇 번이나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7413번이겠지.
화상을 껐다. 생각도 그만뒀다.
아쉬웠다.
이번엔 분명히 아쉬웠다.
앞으로, 조금만 더.
분명히 그런 느낌이다.
그러니까.
7414번째 실험은, 조금은 희망을 걸어보자.
희망이라.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듯했다.


스토리텔러: 이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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