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2. 12.

LABYRINTH - [빛 속으로]


(다른 선택은 없을까? 이전의 폐허로 돌아가자)



"...... 아."
나는 탄성을 흘렸다. 눈앞에 펼쳐진 길다란 통로 때문이었다.



익숙한 통로였다. 내가 전에 한 번.
... 아마도 한 번.
지나왔던 길과 똑같은 길이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반대편에서 새파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도깨비불처럼.
나를 유혹하는 듯한 새파란 빛.
"아, 아아!"
비척비척 옮기던 걸음이 점차 빨라지다가, 문득 시야 한 구석에 널브러진 무언가가 보였다.

하얀색이고,
크기는 딱 사람 만했다.
붉은색 무언가가,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구식 권총 한 자루가 나뒹굴었고. 그리고.

"어?"

자세히 살펴보다가, 문득 그런 탄성을 내뱉었다.
바닥에 잡동사니처럼 굴러다니는 그것이

크기가 딱 사람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반쯤 박살난 그 얼굴이 매우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그것이 홀로그램으로만 봤던 C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문득 폐허에 있던 내 시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저렇게나 추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방금 지나쳐온 곳임에도 기억이 영 몽롱하다.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돌아간 시선 끝에는

작은 수첩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 이 여자 건가."
나는 수첩을 들어 올렸다. 때묻고 빛바랜, 그냥 수첩이다.

한 번 펼쳐서 읽어봤다.

나를 관찰하던 그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고.
어쩌면 이 빌어먹을 시설에 대한 정보도 조금은 적혀있을지 모르지.

"... 과연."

이런 저런 정보가 들어있었다. 그녀의 감정. 자기연민. 그리고 이 시설의 정체. 불안정한 나의 정체까지.
빠져들 듯 수기를 읽어내려가던 나는 문득 다시 고개를 들었다.
파란 빛이 새어나오는 반대편으로 다가갔다.
유난히 파란 빛이 눈부시다.

나는 크게 뜬 눈으로 통로 반대편 한 가운데 서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가만히 응시했다.

눈앞에 펼쳐진 공간에 있던 것은....


스토리텔러: 이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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