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2. 3.

LABYRINTH - [하얀 방, C]

(돌아갈 곳은 없다)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이곳이 어딘지 떠올리기 이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다는 공포에 눈가를 마구 부비적거렸다.
그렇지만 눈을 비비고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도 여전히 보이는 것은 새하얀 것 밖에 없었다.

“아아아.....”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오로지 새하얗고,
뭔가 보이는 것은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여전히 뭐가 뭔지,
나는 누구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그런데도 눈앞은 여전히 새하얘서

"으







악!"

정신을 차리니 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몸을 웅크려서 두려움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하얀색인지 모를 것을

토하고,

             토하고,

토하면서.
손을 내려치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고
그러면서 느껴지는 고통에 내가 살아 있음을 깨닫지만
그런데도 눈앞은 여전히 새하얗다. 내 눈이 잘못된 건 아닐까?
그래.
쓸모없는 눈동자를 뽑아버리자.
문득 드는 그런 충동.
눈을 뽑기 위해서 손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흰 것이 아닌 것을 인식 할 수 있었다.

내 손이 보였다. 
보이지 않는 게 아니었다. 
그저 지금 있는 장소가 굉장히 새하얄 뿐이었다.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새하얀 것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웅크린 곳에서 그림자도 보였다. 
위를 올려다보자 유독 흰 곳에서는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새하얀 방이었다.




나름 안정을 되찾고 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처음으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기계음이란 것은 알았지만 기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그곳에는 단 하나의 문이 있었다. 
문은 아무런 안내나 설명 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스토리텔러: 이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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