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2. 3.

LABYRINTH - [TIME IS..../ 그녀의 수기. 1]








인간의 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무엇일까.
케케묵은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에 따른 케케묵은 답변들을 일일이 나열해 보자면 여럿 있을 테다.

공간인가? 어떤 구체적인 공간. 나무의 내부에 나이테가 생기듯. 그렇게 인간이 가진 어떤 장소에. 또는 심리적으로 가진 어떤 장소에, 그렇게 저장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억인가? 어떤 '기억'이라는 이름의 추상적인 관념. 그것은 심리적인 어떤 장소와는 다른, '이벤트'와 '이벤트' 간의 연결, 구성의 문제다. 이 경우 시간을 저장하는 매체는 결국 기억세포가 된다.

육체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타듯, 악기를 연주하듯, 노쇠한 옹기장이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옹기를 빚어내듯. 그렇게 인간의 육체 그 자체가 하나의 레코더가 되어,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시간의 기록이란 무엇인가? 시간이란 기록될 수 있는 개념인가? 이 3차원의 공간 세계에, 1차원의 시간은 어떤 식으로 관여하고. 어떤 식으로 맞닿았고. 어떤 식으로 우리를 미래에 다가가게 만드는가?

그리하여.
우리는 이미 확정된 미래를,
과연 바꿀 수 있는가?

우리의 목적은 숭고하되, 이 실험은 절대로 숭고하지 않다. 그건 알고 있었다.
나도 정확한 것은 모른다. 다만 이 실험체는 과거, 어떤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지금의 인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본인도 죽었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분명히 죽었다.

하지만 살려냈지.
아니.
정확히는 시간을 돌려냈지.
이 실험실, C루트의 실험장은 다중비선형 시간의 실험실.
본래 한 줄로 달려나가야 할 시간의 선로는, 여러 줄이 충돌하며 상존한다.
죽은 그와, 아직 살아있는 그가 실존하는 것처럼.
그런 곳이다.
과거와 현재의 구분은 의미가 없고. 그에게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말이 잘못됐네.
나라고 뭐 다를까?

뭐, 어쨌든.
우리는 시간을 돌리고 또 돌려,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우리의 끝장난 내일이 바뀔 수 있도록.
그에게 '있을 수 없는 기억'을 심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이곳에 있다.

미증유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여기서 실험을 하고 있다.

분명히 그랬을 터였다.

.
.
.

...... 이제 와서는.

나는 그저 바랄 뿐이다.




괴물 같은 억겁과 싸우는 나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기만을.


스토리텔러 : 이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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