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2. 12.

LABYRINTH - [7413번째 의문 / 그녀의 수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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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체 7413. 그 손짓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나는 좀 놀라서 물었다. 욕을 먹은 게 놀랍다기 보다는. 그가 욕을 할 줄 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이상하다. 실험체에게 주입하는 단기 기억장치는 어디까지나 사전적인 지식만을 주입한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온몸에 오한이 치달리는 것 같다.

정말로.

이번에야말로.

그 지겹게도 이어졌던 실험들이 끝을 맺는 건가?

'... 끝?'

이젠 발음하기도 낯선 그 단어. 나는 가만히 입으로만 뻐끔거려 봤다.
순간 가슴에서 시작해서, 온몸으로 퍼져가는 희망. 희망이라는 독기. 이젠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이렇게나
가슴이 뛰다니.

나는... 아직 미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애써 마음을 추스르는데.

 그가 보여주는 이상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끄... 악!"

그가, 별안간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컥, 허억. 허억...!"
실험체가 숨을 몰아쉰다. 뭐지. 무슨 일이지. 여기서 또 어떻게 나를 놀라게 만들 셈이지? 나는 일부러 얼굴을 굳힌 채,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지, 7413?"
그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훔쳐내고, 나를 쳐다봤다.
그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고, 두려움에 차 있었다. 두려움.

마치.
목격해서는 안 될 장면이라도 목격한 것처럼.

지금까지 그가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크윽!"

실험체, 7413은 황급히 도망치듯 문에서 떨어져 나왔고.

"... 흐음."


가만히 그를 노려보며 태블릿을 끼적거렸다.


그는 그런 나를 뒤로 하고. 왼쪽 문을 향해 달렸다.

철커덩, 익....

그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그렇게 문 너머로 달려나갔다. 나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새삼 생각했다.

기억이라는 건.

시간이라는 건.

인식이라는 건.

세상이라는 건.

대체 뭐지?

지금껏 7413번 실험을 하면서 내가 얻은 거라고는.
7413번째 의문 뿐이라는 것을.
나는 깨닫고 말았다.

스토리텔러: 이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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