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1. 14.

LABYRINTH - [녹색방]


 [회상한다.]

 방을 조사해 보았다.
 
 일단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자 이곳 또한 이전에 있던 방처럼 사방이 밀폐되어있는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기준으로 왼쪽 벽과 오른쪽 벽에 문이 있었다. 두 문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을 보아 아마도 한쪽 문을 열고 이 방에 들어온 뒤 정면에 있을 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가는 구조인 것 같았다. 나가는 방법을 찾는 것은 조금 미뤄두기로 했으니 문을 제외한 벽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곳의 벽은 마치 욕실 바닥마냥 타일을 붙여놓은 형태였다. 타일하나가 내 키 보다 더 크다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일반적인 형태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녹색을 띠고 있는 건 벽을 칠한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녹색의 빛을 벽에다 쏘고 있는 모양이었다. 벽에 손을 대자 콘크리트 특유의 서늘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손이 녹색으로 물드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보이지는 않지만 아래서 빛을 비추는 모양이었다.

 그 외에 이곳에서 눈으로 살펴 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어쩐지 안도감이 드는 방에, 밑에서 녹색 빛을 비춰서 녹색으로 물든 벽, 그리고 문 두 개. 그것이 이곳에 있는 전부였다.
그래도 이것으로 끝내기는 뭔가 아쉬웠기에 좀 더 집중을 하고서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
 
 무언가 다른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둘러본지 10분 정도 지났을 때 정말로 무언가 다른 곳을 발견했다. 유일하게 문이 없는 벽의 구석쯤에 묘하게 다른 곳에 비해서 녹색 빛이 짙은 곳이 있었다. 눈의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일단 확인해보기로 했다.
 
 “.....”
 
 가까이 다가서자 그곳이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곳에 비해서 그림자가 져있었다. 조심스럽게 그 근처를 매만지자 다른 곳에 비해서 조금 매끈하다는 느낌과 함께 달칵 소리가 났다.
 
 “뭐지... 이건?”
 
 벽의 일부가 빠져 나왔다. 조금 당겨보자 타일의 일부가 마치 문처럼 서서히 열렸다. 혹시라도 바깥으로 나갈 탈출구 일까 싶어서 활짝 열어보았지만 어디론가 통한 곳은 아니었다. 다만, 벽 안쪽은 마치 작은 냉장고처럼 되어있었다. 묘하게 흐트러진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 많은 양의 먹을거리와 마실 거리가 있었다.

 이것들을 기뻐하며 먹기에는 나는 아직 목이 마르지도, 배가고프지도 않았다. 지금 느끼는 것은 갈증이나 허기가 아니라 참을 수 없는 오한과 초조함이었다. B박사를 포함해서 여기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걸 찾기를 바랐나? 아니면 그냥 놓치고 넘어가는 걸 상정했을까?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것만 보더라도 보이는 것 이상으로 이곳에 숨겨져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았다. 개중에는 이곳에 대한 정보가 남아있을지도 몰랐다.

 초조감에 물을 하나 꺼내 마셨다. 어쨌든 이곳에서 살펴볼만한 곳은 다 살펴본 듯싶었다.
 
(스토리텔러 -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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