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1. 14.

LABYRINTH - [루트 B]

나는 왼쪽 문을 선택했다.
 
“7413번째 실험체. 다중복합변수제어 반복상황 실험에 참여의사를 보임.”
 
손잡이에 손을 대자 낮은 톤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묘하게 인기척이 없던 남자와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슬쩍 검은 색 문을 보았지만 그곳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내 앞에 이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철컥
 
거창한 소리와 함께 하얀 문이 열렸다. 잠시 문 안쪽의 기색을 보았지만, 그 안은 어둑어둑해서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분위기를 보아 문 건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은 검은 문 쪽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나는 체념하고선 안으로 들어섰다.
연결통로를 조금 걷고 있자 등 뒤에서 쾅 하고 큰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강철로 된 방화벽 같은 것이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젠 되돌아 갈 수 없다. 어느 정도 예상한 범위였지만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상당한 부담으로 자리 잡았다. 다시금 초조해지는 다음을 다잡고 다시 통로를 걷고 있자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박사의 관리 하에 있는 실험장 루트 B입니다. 보더 라인을 넘어 온 이후부터 실험체 7413@#&*박사의 주관 하에 놓이게 됩니다. 실험참가자 분들은 이점 다시 한 번 확인 바랍니다.”
 
상당히 기분 나쁜 말이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듯 했다. 그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의 박사, 편의상 B라고 부를 그 박사가 내게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금 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녹색으로 B라고 적힌 네온사인 같은 것이 있었다. 이곳이 B라면 검은 족은 A였던 걸까? 지금에 와선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나는 무엇이 튀어나오더라도 민첩하게 반응 할 수 있게 잔뜩 긴장하고 문을 여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었다.
 
문을 열자 그곳은 녹색 빛으로 가득 차 있는 방이었다.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의 방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스토리텔러 -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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