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1. 6.

LABYRINTH- [비웃음]


(문이 잠겼다 돌아갈 수 없다.)

“… 뭐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아까와 같은 조그마한 각방이 나를 반겼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플라스크나 비커, 그 외 연구용품으로 보이는 알 수 없는 물건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정도이다. 종이 쪼가리들이 자잘하게 널려있다. 얼핏 지나가는 눈으로 보자, 연구니 보고니 하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나는 비척거리는 발걸음을 옮겨, 대충 그 중에 하나를 집어 올렸다. 하고 많은 문서 중에 그것을 고른 건 큰 이유가 아니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커다란 그림 때문이었다.

“이건…….”

그림을 눈에 담는 순간. 나는 퍼뜩 숨을 삼켰다.




나는 이 그림을, 알고 있었다.


“큭….”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려온다. 우로보로스. 연금술사의 뱀. 세상의 근원. 무한의 존재. 이 지식은 뭐지? 내 원래 기억? 그렇다기엔 이질감이 심각했다. 마치 억지로 주입 받은 듯한. 그런데도 너무나 익숙한.

“…… 후.”



나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털어냈다. 지금 중요한 건 이런 그림 나부랭이가 아니니까. 나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눈살을 바짝 찌푸렸다.

“또 문이냐?”

말마따나 방 맞은편에는 문이 있었다. 붉은 문과 초록색 문. 내가 들어온 노란색만 없어졌다지, 결국 똑 같은 선택지였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등줄기를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감각. 지릿거리는 신체 말단. 아우성치는 듯한 머릿속. 정신은 열화하는 듯했고, 눈앞은 불투명한 가운데. 유난히 날 선 하나의 문장만이 온 감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

“… 그럼.”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눈 앞에 덩그러니 붙어있는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갔다. 차박, 차박. 발소리가 유난히 서늘하게 다가왔다. 이 하얀 방이 나를 비웃는 소리처럼 느껴진 나머지, 나는 쫓기듯 문 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잡은 문고리의 색상은.

        






스토리텔러 – 이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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