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1. 6.

LABYRINTH - [심연 속으로]






(나아가기가 두렵다 되돌아가자)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우리를 들여다 본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이건 또 뭐야….”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를 반기는 것은 길게 이어진 통로였다. 하얀 아치형 벽면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반대편에서 새어 나오는 빛과 껌뻑거리는 전등만이 간간이 통로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


스륵, 하고 무언가가 통로 너머에 그림자를 비쳤다. 똑똑히 봤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하얀 면이 되어 밝게 빛나는 저편. 무언가의 실루엣이 가만히 서 있었다. 어렴풋이 보였다. 사람? 사람일지도 모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행여나 눈을 떼면 신기루처럼 사라질세라, 나는 눈 깜빡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 사람.”


나는 거의 달리다시피 통로를 가로질렀다. 철벅, 처벅. 맨발의 차가운 감촉과 길게 울리는 발소리. 그리고 요동치는 심장 소리를 반주 삼아, 나는 목청을 높였다.




“여기야. 여기!”


두 손을 흔들어대며 나는 달렸다. 광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실루엣이 점차 선명해져 갔다. 그것은 꼭 사람의 크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벅찬 마음에 속도를 더 높였고, 이내 통로를 완전히 빠져 나왔다.


“…… 어.”



그리고 얼이 빠지고 말았다.






스토리텔러: 이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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