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오오오, 하는 공기의 낮은 울음소리가 가장 먼저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붉은 문 너머로 발을 들여놨다.
피처럼 붉은 문을 지나자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동이 있었다. 나름 긴장을 했던 내가 한심스러워질 정도로 썰렁했고, 나름 기대를 했던 내가 표정을 굳힐 정도로 황량했다.
“… 아까랑 같은 곳?”
나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분위기가 닮아 있었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확실했다. 나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우욱!”
같은 공간. 붉은 문. 그리고 그 너머의 같은 공간. 그리고, 깨질 것 같은 머리.
왜일까. 고작 그것뿐인데, 참을 수 없을 만큼 역겨웠다. 머리가 어지럽다. 온몸이 쑤시는 듯한 불쾌감이 엄습해왔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의 편린들이, 마치 와장창 부서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뇌 속을 쑤셔대는 것 같았다.
“살려, 나가… 여기서…!”
나가야 한다. 지금 여기서. 살고 싶으면. 당장.
누군가 그렇게 외쳐대는 것 같았다. 척수를 타고 신체 말단까지 흐르는 모든 사고의 흐름이 생생히 느껴진다. 발을 움직이고, 손을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뭐?"
줄곧 같은 말을 내뱉기 시작하는 천장이 말해줬다. 내 빌어먹을 직감이 적중했음을.
용암줄기와도 같은, 화염의 폭포가 천장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앗 하는 사이였다. 화염은 내 온몸을 덮어썼다. 마구잡이로 소용돌이치던 사념들이 일순 하나로 통일되었다.
뜨겁다. 너무나 뜨겁다!
“으아아아악!”
경고, 폐기… 실험체… 무미건조한 천상의 목소리가, 불타오르는 고막을 울린다. 정신이 모두 불타듯이 점점 사그라든다. 아득해진다. 고막이 다 타버렸는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암전된다.
내가 남아있는지, 불꽃이 됐는지, 그것도 아니면 하얀 방이 되어버렸는지.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을 때 즈음.
"... 아."
문득 새하얀 빛이 쏟아진다. 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스토리텔러: 이무용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