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1. 6.

LABYRINTH - [갈림길]



(더이상 나아가기 두렵다. 이전으로 돌아가자)


통로의 종착점. 빛이 쏟아지던 그 곳에 있는 건…….


온갖 실험도구가 넘치는 방이었다.
도대체 어떤 실험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물건들이 방 곳곳에 걸려있거나 테이블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것들 중에서 여기서 유용해보이는 것이 몇몇개 눈에 띄었다.
나는 그 물건들을 집으러 다가갔다.
텅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곳을 가로막던 강화유리가 존재감을 뽐냈다.

아욱, 씨발.

나는 손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 나의 앞에는....

"이제서야 여기까지 왔군."

흰색 가운을 한 남자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기에 그에게서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실험체 7413호."

뒤에서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았다.
목소리가 멀리서 들린 것만 같았는데 바로 뒤에서 날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역시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두 사람 다 시선이 보이지 않는 고글을 쓰고있어 그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차가웠으며 기계적인 말투였다.

"실험체라니? 무슨말을 하는거지? 여기는 어디야! 너희들이 납치해온거냐! 당장 나가는 길을 말해!"

"실험체 7413호, 선택해."

그녀는 내말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대답해!"

그녀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나는 이내 넘어졌다. 그 연구원은 아무 일 없었다는 양, 날 내려다 보며 다시 말했다.

"선택해.

왼편에는 흰색의 문

오른편에는 검정색의 문이 있어."

나는 분했다.
날 납치한 사람들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납득가지 않았다.

"자, 선택해."

하지만 이곳에서 나가야 하기에,
그녀의 말에 따라 어쩔 수없이 선택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스토리텔러: 이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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